작성자 광성사
작성일 2010-04-21 (수)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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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아닌, 티베트인으로 죽을 권리를 줘라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 지 얼마 후 이들을 구하려던 사람들도 목숨을 잃었다. 결국, 천암함 실종자들은 18일 현재 38구의 싸늘한 주검으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설상가상으로 하늘을 날던 링스헬기가 추락하고, GOP에서는 젊은 병사가 목숨을 잃었다. 따뜻한 햇살과 봄바람 그리고 만개한 꽃들이 가슴을 설레게 해야 할 지금, 연달아 터지는 무거운 소식들로 온 나라가 슬픔에 휩싸여 있다. 우리가 이렇게 가슴 아픈 시간을 보내는 동안 티베트인들도 남모를 슬픔에 휩싸여 잔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 건물들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제군도 지진 현장 제군도에서는 지난 14일 발생한 지진으로 건물의 90%가 무너졌으며 1500여명이 넘는 사망 및 실종자가 발생했다.

ⓒ freetibet campaign

티베트 동부 캄(Kham)지방의 제군도(Jyegundo)를 강타한 규모 7.1의 지진으로(말미암아) 현재까지 사망 및 실종자가 1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부상자 수도 만 명을 넘어섰다. 또한, 가옥의 90% 이상인 1만5000여 채가 붕괴하고 이재민 수도 10만 명 가까이 발생했다. 캄 북부지역의 중심도시이며 티베트인 인구가 97% 이상인 이 지역은 진앙과 50여km가 떨어져 있지만 흙과 나무를 이용해 지어진 티베트 전통 가옥이 많아 피해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컸다.

인도 다람살라를 포함해 세계 각지에 망명해 있는 티베트인들은 제군도에서 발생한 지진 소식에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성명을 발표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다. 17일에는 지진 현장 방문 허용을 중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요청하기도 하였다. 티베트 망명사회도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성금을 모금하고 성명을 발표하는 등 무거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티베트 동부 캄지방 제군도…. 우리에겐 낯선 이름이다. 모든 언론은 지난 14일 발생한 이 비극적인 지진을 중국 서부 칭하이(靑海)성 위수(玉樹)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명명하여 보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진 발생한 곳이 분명한 티베트 지역이며 피해자의 절대 다수가 티베트인이라는 것이다.

티베트의 잊혀진 역사

티베트는 1950년 10월 6일 중국의 침략을 받은 이래로 현재까지 중국의 지배를 받는 식민지로 남아있다. 티베트는 크게 암도(Amdo 현재 중국의 칭하이성, 간쑤성과 쓰촨성 일부 지방), 캄(Kham 현재 중국의 쓰촨성, 윈난성과 칭하이성 일부 지방), 우창(U-Tsang 현재 티베트 자치구) 세 개 지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1965년 중국은 행정적인 이유로 우창 지역만을 티베트 자치구(TAR)로 지정하였으며, 이는 실제 티베트의 절반도 안 되는 부분이다. 이번에 지진 피해가 발생한 지역은 역사적으로 동티베트 캄지방의 일부였으며, 오래전 티베트 동부의 상업도시로서 티베트인들에게는 제군도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반세기를 훌쩍 넘긴 중국의 점령 기간에 티베트 전역에 대규모의 한족 이주가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절대다수의 주민이 티베트인인 이 지역에는 티베트 정체성이 사라지지 않았다.

▲ 중국의 침공에 저항한 추시 강드룩 대원들 추시 강드룩은 티베트 무장독립투쟁 군으로 '네 줄기의 강과 여섯 줄기의 산맥'이라는 뜻이다. 이는 동티베트의 지리적인 특징을 의미한다.

ⓒ jamyang norbu

이 험준한 산악 지역의 사람들은 늘 용맹했으며, 195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까지 '캄파(Kham-pas)'와 '암도와(Amdo-wa)'(캄 지방과 암도 지방의 사람을 일컫는 말)는 중국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 저항했다. 티베트인들이 수동적이고 소극적이라는 대다수 사람의 인식과는 반대로, '추시 강드룩(티베트 무장독립투쟁 군으로 '네 줄기의 강과 여섯 줄기의 산맥'이라는 뜻. 이는 동티베트의 지리적인 특징을 의미한다)' 전사들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달라이 라마의 직접적인 권고로 무기를 내려놓기 전까지 중국 정부에 대항해 오랫동안 게릴라 전투를 벌여왔다. 이 전사들 대부분은 그들의 가족과 함께 처형당하거나 중국의 점령을 맞닥뜨리기보다 자살을 택했으며, 남은 사람들은 티베트를 탈출했다. 제군도를 둘러싼 역사는 정치인과 기자들에 의해 잊히거나 무시당하고 있다. 어떤 언론도 이 지역에 얽힌 잔인한 역사를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희생자 대부분이 티베트인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거대한 지진 앞에 힘없이 무너진 사람들은 중국인으로 명명될 뿐이다. 하지만, 제군도에서 사망한 티베트인들은 중국인이 아닌 티베트인으로 죽을 권리가 있다.

티베트, 중국 그리고 재난의 정치

물론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어떠한 정치적, 역사적 논쟁도 무너진 건물 더미에 파묻혀 구조만을 기다리는 실종자들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의 고통보다 앞설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골치 아픈 정치적, 역사적 이야기를 꺼내 든 이유는 이 비극적인 재난 속에서 재난의 정치학이 발동되는 것을 경계해서다.

우리는 종종 국가적인 재난 상황을 국민 화합과 국가 통합의 매개로 사용하는 국가들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재난의 정치에 관해 옳고 그름을 평가하기에 앞서 이러한 정치적 선전이 제군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몇 가지 징후에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제군도에 지진이 발생하자 수많은 중국 군인들이 트럭을 타고 그곳에 도착했다. 물론 그들은 처참한 잔해 속에서 실종자를 찾고, 살아남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그곳에 갔다. 그리고 우리는 무너져 내린 건물 더미에서 초등학생을 구조하기 위해 티베트 승려들과 중국 군인들이 힘을 합쳤다는 따뜻한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수많은 승려들이 티베트 불교를 '분리주의'로 보는 시각 아래서 사원에서 쫓겨나야만 했고,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군인들의 감시 아래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다는 것이다.

비록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힘을 합치고 있지만, 티베트와 중국 사이의 현실적인 갈등은 한 치도 해결되지 않았으며, 재난이 수습된 이후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나 된 우리'라는 선전이 성행할 것이 우려된다. '지진을 계기로 갈등을 봉합하고 화합의 길로 들어섰다'는 중국 당국의 선전은 '중국이 티베트를 해방했으며, 티베트인들은 중국의 통치 아래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라는 익숙한 선전 문구처럼 모든 사람의 눈과 귀를 가려버릴지도 모른다. 티베트인들은 지난 2008년 티베트 전역에서 벌어진 역사적인 민중봉기를 통해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고 전 세계에 소리쳤다.

또한 '지진이 발생하고 나서, 중국 군인들이 제군도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티베트인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실 이러한 재앙이 제군도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중국에게 단순한 재난이 아닌 정치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다. 제군도를 둘러싼 캄지방은 티베트를 침공한 중국에 맞서 가장 맹렬한 저항이 벌어졌던 지역이다.

또한, 2008년 티베트 민중봉기 당시에도 말 위에 올라탄 티베트 민중들이 중국 경찰서를 점거한 것을 비롯해 광범위한 독립 투쟁이 일어났던 곳이다. 지금 중국정부가 바라는 것은 재난으로 이성을 잃은 티베트인들에게 어떠한 정치적 언급이나 항의시위를 할 여유를 주지 않는 것이다. 또한, 이 불안한 지역과 티베트를 관련짓는 어떠한 국제적인 관심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티베트인들 지난 14일 발생한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부상자와 이재민들이 마을 광장에 모여 치료를 받고 있다. 제군도는 인구의 97% 이상이 티베트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 freetibet campaign

이러한 징후는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몇몇 국제부 기자들이 피해 지역으로 들어갔고, 중국정부는 구조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취재를 허용했었다. 그러나 피해 지역 접근 제한은 벌써 시작되었다는 보도가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선전부가 중국 언론들에게 지진이 일어난 제군도 지역을 제외한 주변지역 취재를 금지했다고 한다. 표면적인 이유는 여진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에 외부인의 접근을 되도록 차단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미국 <뉴요커>는 중국 당국이 국가가 허가하는 검색 엔진의 결과를 제한하고 지진을 '중국지진'으로, 희생자들을 '중국인'으로 명명하는 방법으로 제군도 지진이 어떻게 보도되는지 확실히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당국은 지난 2008년 발생한 쓰촨(四川)성 대진진 당시 3일 만에 외국 지진 구조대를 받아들인 것과는 다르게 대만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의 구조대 파견 제의를 거절했다. 당국자는 '지진 피해 지역의 공간이 비교적 제한 적이며, 구호활동의 역량이 충분하다'며 외국의 구조 의료 지원과 물적 지원을 거절하고 금전적 지원만을 용인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으로서 가장 민감한 티베트 지역에 외국인 구조대가 파견되면 국제적으로 중국의 티베트 점령에 대한 관심을 유발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땅에서 존엄성을 지키며 죽기 위하여

▲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중국 정부는 제군도 지진 피해 현장에 외국의 구조 의료 지원과 물적 지원을 거절하고 금전적 지원만을 용인하겠다고 밝혔다.

ⓒ freetibet campaign

지진으로 말미암은 첫 번째 비극에 이은 두 번째 비극이 시작되고 있다. 바로 진실의 죽음이다. 간단히 말해서 제군도 사람들은 중국인이 아니다. 그들은 티베트인이다. 제군도에서 사망한 티베트인들은 중국인이 아닌 티베트인으로 죽을 권리가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진실한 목소리를 낼 정당한 권리가 있다. 이것은 점령군에 의해 침공당한, 반세기가 넘게 자유를 박탈당하고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것은 점령의 굴욕과 무게를 견뎌온 유목민과 승려, 농부들의 이야기이다. 제군도 사람들은 그들의 땅에서 존엄성을 지키며 죽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책임은 이 이야기의 진실을 찾아주는 것이다. 지진이 일어난 지역이 중국 칭하이 성이 아닌 점령된 티베트의 땅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중국발 기사들 속에서 국제 사회가 그 지역의 역사적 배경, 정치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이번 지진의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하루 빨리 복구가 진행되고 더 이상의 피해가 없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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