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미움은 우리에게 친숙한 친구들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분노와 아주 가깝게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분노가 제 마음에 들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자비심과 지혜의 힘을 빌리고, 상식에 호소해서 분노를 패배시킬 수 있는 강력한 논증을 펼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 보면, 누구나 노력하면 확실히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변화는 즉시 오지 않고 시간이 걸립니다.

감정을 변화시키거나 잘 다루려면 어떤 생각들이 우리에게 유익하고 건설적이고 도움이 되는지를 조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마음을 더 고요하고 편안하고 평화롭게 만드는 생각들이 있고, 반대로 우리를 불안하고 두렵게 하고 좌절시키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들을 조사하는 것은 식물과 같은 외부의 사물들을 이용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꽃과 식물은 우리에게 유익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들을 심고 가꿉니다. 우리는 해로운 독을 가진 식물들을 알아내는 방법을 배우고 심지어는 뽑아버리기도 합니다.
우리의 내면세계도 그와 비슷합니다. ‘육체’와 ‘정신’이라고 일반적으로 말하는 것은 너무 단순할지도 모릅니다. 육체 안에는 수많은 다양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정신 속에도 수많은 생각들과 다양한 마음 상태들이 있습니다. 우리 마음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유익한 마음 상태들과 해로운 마음 상태들을 구별하는 것이 현명한 일입니다. 일단 우리가 좋은 마음 상태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면 그것들을 증진시키고 촉진시킬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네 가지의 신성한 진리를 가르치셨고, 그것이 불교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세 번째의 신성한 진리는 ‘멸(滅)’입니다. 인도의 대승불교 학자였던 나가르주나의 해석에 따르면, 여기서 말하는 ‘멸’은 수행과 노력을 통해서 부정적인 감정들이 모두 소멸된 마음의 상태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진정한 ‘멸’은 다양한 번뇌와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마음의 상태에 도달한 것이라고 나가르주나는 정의했습니다.

불교에 의하면 그러한 진정한 ‘멸’의 상태가 올바른 ‘법’이며, 모든 불교도들이 목표로 해야 할 귀의처라고 합니다. 부처님은 그 상태를 깨달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귀의할 대상이 되었고 존경할 만한 분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부처님을 존경하고 부처님에게 귀의하는 이유는 부처님이 처음부터 특별한 분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부처님이 진정한 ‘멸’의 상태를 깨달으셨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승가에 귀의하는 이유는 승가의 구성원들이 ‘멸’의 상태를 향해 길을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멸’의 상태는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이 전혀 없는 마음의 상태이며, 정화된 상태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멸’은 마음의 상태이며 이 상태로 이끌어가는 요소들도 역시 마음의 기능들입니다. 또한 마음의 정화가 일어나는 기반도 마음의 연속체입니다. 따라서 마음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불교수행에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존재하는 모든 것이 단지 마음이 투사한 것에 불과하다거나 마음과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어쨌든 불교 수행에서는 마음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불교를 ‘마음의 과학’이라고 부릅니다.


* 멸(滅): 열반, 적정, 적멸이라고도 한다. 열반에 들어가는 것을 입멸(入滅)이라고 한다.

~ 달라이 라마 존자님의 <아름답게 사는 지혜>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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